top of page

리연 @leeyeonxxx

 

<상처>

 

*트리거-자살 미수

*주제는 스윗한데 제 손가락이 안 스윗합니다ㅠㅠㅠㅠ

 

 1.

 

 미안하다고,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빨갛게 부은 시선을 매섭도록 돌린 유연은 홱 돌아가 현관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이윽고 흐느끼는 소리가 벽을 타고 흘러들어왔다. 커튼이 드리워져 어둠을 깊게 덮은 늦은 오후의 거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하나와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던 공간. 내팽개쳐진 스트라이프 무늬 쿠션. 찌그러진 크리넥스 티슈곽. 건전지 두개가 밖으로 튀어나와있는 TV 리모컨. 거실 바닥에 엉망으로 흐트러진 가재도구들. 원래 이 자리가 아닌데. 원래 엉망이었던 것이 아닌데. 원래 미웠던 것이 아닌데. 원래는, 사랑했는데.

 그 사이에 말을 잃은 한 사내가 서있었다.

 사랑과 죽음. 그 사이에서 미터기가 돌아갔다. 눈금 하나하나를 훑다가 녹슨 소리를 내며 쭉 오른쪽으로 기울었다가 다시 왼쪽으로 치우친다. 찬찬히 움직이는 바늘. 넘쳐흐르는 감정들. 같이 지냈던 시간을 무시한 건지 수용한 건지 몰라도 변덕스럽고, 울렁거리고, 역겨운 흔들림. 같은 곳을 지나치는 것을 반복했다가 뚝 멈춘다. 정확히 가운데였다.

 허묵은 고개를 들었다. 불이 꺼진 방안에는 정적이 감돌았지만 아직 시간은 미끄러운 날을 세우고 서서히 흘러가는 중이었다. 그는 눈 앞에 벌어져있는 상황이 무어인지 인식하고 받아들이려고 했다. 그러나 생각은 자꾸 미끄러지고 이전의 행동만 반복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된 그는 부엌으로 달려가 술이란 술은 모두 꺼내 테이블에 늘어놓았다. 찬장에서 머그컵을 꺼내 그 안에 술을 넘치도록 따랐다. 테이블 위에 동그란 형태로 알코올이 퍼졌다. 와인. 맥주. 위스키. 고량주. 섞이지 않을 것만 같은 액체들이 컵 안에서 홍수를 일으키며 섞인다. 마치 상황에 대한 판단을 정지한 그의 의식처럼. 출렁임을 반복하다가 자줏빛인지 선홍빛인지 모를 미묘한 빛깔으로 테이블 가장자리를 타고 흐른다. 뚝. 뚝. 뚝.

 허묵은 그것을 들어 더도 말고 딱 두 모금을 목에 들이부었다. 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알싸한 기운을 억누르며 잠시 동안 정지했던 사고회로를 돌이켜보았다.

 그래서, 지금은 뭘 어쩌자고.

이제는 정리를 해야 할 차례였다. 이성적으로는 모든 것을 차근차근 해결하고 상처도 자연히 굳혀야겠지만 감정적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자고. 장식장에 예쁘게 펼쳐져있던 미니앨범도 덮었고, 지갑에 들어 있던 커플 사진에서 자신의 얼굴을 찢어버렸다. 하지만 네 번째 손가락의 반지는 도저히 뺄 수는 없었다. 결국 미운 건 그녀가 아니라 명백히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고서 그는 이마를 짚었다. 자신의 흔적이 묻은 물건들은 모두 상자에 넣고 어딘가에 쳐박았지만, 그녀의 존재는 차마 지울 수 없었다. 괴로움에 지친 허묵은 도로 탁자에 앉아 완벽하게 섞여버린 알코올을 마저 들이켰다.

 그리고 결심했다.

모든 일을 잊자고. 그저 최면에 빠졌을 뿐이었다고.

 

 

 2.

 

 그랬었는데.

 

 

 허묵이 먼지 쌓인 종이 상자를 서랍장 속에서 발견한 것은 집안에 은거한 지 보름째 되던 날의 일이었다. 그 동안 면도를 하지 않아 턱에 까끌한 수염이 자라있었고, 잠을 자지 못해 눈 밑은 거무스름하다 못해 창백해졌다. 계획에 없던 휴강 때문에 생긴 보강과 조교들로부터 온 메일이 그의 등 뒤에 쌓여있었지만, 허묵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태도였다. 청소를 하지 않아 엉망진창이었던 방 사이를 헤집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녀가 자신의 집에 기획안을 두고 갔기 때문이다. 삼 주 뒤 화예 심사에서 중요하게 쓰일 서류였다. 메모로 빼곡하게 차있던 종이 한 장은 유연기획사 운명을 바꿔버릴 수 있는 운명의 열쇠였다.

 청소를 하지 않아 텁텁한 먼지가 쌓인 상자 뚜껑은 제 존재를 그리 크게 알리지도 않았지만 허묵의 입장에서는 그게 눈에 띄지 않을 리 없었다. 발을 딛고 다닐 공간이 없다고 하더라도 유연의 파편들이 남아있는 그 상자만큼은 성역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날 이후로 건드려볼 엄두는커녕 술에 취해 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지 아니한 날이 없었다. 그렇지만 증오의 화살은 유연이 아니라 명백히 자신을 향해야만 했다. 허묵이 없는 유연은 예전과 같이 살아갈 것이다. 그런 생각까지 미치자 그의 가슴에서 통증이 아릿하게 올라왔다. 몸 전체를 절반으로 찢는 듯한 통증에 허묵은 앓는 신음을 내뱉었다.

 

 ‘하지만 내가 없더라도, 그 서류는 있어야 해.’

 

 상자 뚜껑을 열자 가지런하게 정리된 인형, 사진, 말린 꽃 따위가 보였다. 이것도 필요 없다고, 품에 버려지듯 맡겨진 물건들이 잠시 생각나자 그의 고통은 훨씬 심해졌다. 몸을 뒤틀면서도 상자의 바닥을 훑으며 서류를 찾았다.

 하지만 기획안은 없었다. 혹여나 자신이 쓰다 버린 논문들 사이에서 뒹굴고 있을까봐 생각해 간만의 대청소를 감행했지만, 온데간데 없었다. 망연자실하던 허묵은 이내 자조하듯 코웃음을 쳤다. 아마 챙겨간 모양이라고. 그녀는 다시 나를 볼 생각이 없는거라고. 모두 다 지나가고, 모래처럼 부서져 버린 일이라고. 그러니까 이제는 영원히 안녕인거야. 네 번째 손가락을 엄지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다가 다시 상자 뚜껑을 덮어버렸다. 그 날 밤, 허묵은 보드카 한 병을 비웠다.

 

 

 3.

 

 싸운 이유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 적어도 허묵에게는. 그저 우발적인 감정 폭발이었을 뿐이다. 아니, 애초에 허묵은 폭발할만한 감정이라는게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 물론 유연이라는 대상에 대해서만. 유연을 향한 허묵의 감정은 스스로도 설명할 수 없는 모호한 것이지만, 유연은 그 날 분명히 호명했다. ‘사랑’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사랑이 있기 위해서는 증오가 있어야 한다고. 그러나 허묵의 기저에서 조용히 타오르는 증오는 온전히 자기 자신을 향하는 것이었다. 그녀를 더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는, 그녀 곁에 더 있어주지 못하는, 그래서 그녀가 ‘사랑하지 않는다’는 선언까지 하게 만드는, 자신은 개새끼였다.

 현실 부정, 후회 다음에 찾아온건 자기혐오였다. 허묵은 철저하게 자기를 망가트리려고 작심했다. 동이 트면 맥주 두 캔을 마셨고 밤에는 양주 한 보틀을 비웠다. 도시의 어두므레한 밤하늘을 보며 담배를 뻑뻑 피워댔다. 옆집 베란다는 항상 불이 꺼져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허묵이 끽연을 하는 시간은 주로 새벽이었다. 혹여나 유연에게 폐가 될까봐 조심스레 피우는 것도 있지만, 하루 종일 술에 찌들어 있다가 가디건을 걸치고 입에 담배를 가져다댈 때는 이미 자정이 훨씬 넘어있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에 유연은 잠을 자거나 회사에서 야근을 했다.

 아마도 유연에게 자신은 이미 죽어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고 허묵은 생각했다. 어릴 적부터 자신에게 의미 있는 사람들은 항상 죽음으로 작별을 고했다. 아니, 다시 생각해보면 자신이 유연에게 그렇게 영향력 있던 사람이었던가? 사실은 자문을 구하기 위한 교수, 시간 나면 같이 데이트를 하고 잠자리를 가지던 존재 X, 그 이상이 되지 못한 게 팩트일지도 몰랐다. A4용지 위에 의미가 부여된 잉크자국들보다도 유연에게 쓸모없는 존재였다면, 자신은 사라지는게 옳다. 이게 허묵이 내린 최선의 결론이었다.

 그 이후 허묵은 계획을 차곡차곡 세웠다. 이사를 하고, 교수를 그만두고, 모든 일에서 다 손을 떼는 단계까지 생각해두었다. 목적은 삶의 마감이었다. 그녀에게는 아무 소식도 닿지 못하게 소리 소문 없이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한다. 우선 이사를 할 만한 곳을 알아보았다. 연모시의 외곽 쪽에 있는 작고 허름한 아파트였다. 기본 3년 계약이었지만 상관없었다. 자신은 그 안에 모든 걸 해낼테니까. 지금 맡고 있는 강의는 거진 휴강상태지만 이사를 한 이후 다시 수업에 나갈 거고, 이번 학기가 끝나면 교수직에서 물러날 것이었다. 물론 모든 프로젝트에서도 손을 뗄 계획이었다. 3일 뒤 낮에 보자는 집주인의 문자를 받고 허묵은 소파에 누웠다. 제멋대로 흐트러진 종이들이 발치에서 사부작댔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언젠가는 잿더미가 될 것이므로.

 

 

4.

 

 「내일 저녁 9시에 만나요. 놓고온 게 있어서요.」

 

 소파에 누워 간만에 까무룩 잠든 허묵은 휴대전화 진동 기척에 눈을 떴다. 눈가에 고인 잠은 문자를 확인하자마자 볼에 한 줄기로 흘러내렸다. 유연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꿈이거나 주취 때문에 그런게 아니려니 생각을 해봤지만 자신 몸에 밴 술담배 냄새는 여전했다.

 허묵은 간만에 면도를 했다. 쉐이빙 폼을 듬뿍 묻혀 면도날으로 꼼꼼하게 수염을 베었다. 그렇게 길게 자라나지도 않았지만 유연 앞에서는 말끔한 모습으로 있고 싶었다. 언젠가 그녀가 자신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매끈한 피부가 좋다고 말한 적이 있다. 연구실에서 밤샘을 할 때에도, 집단연구 때문에 이곳저곳을 옮겨다닐 때에도 유연을 만날 때 허묵은 꼭 면도를 했다. 그런 그를 보고 유연은 ‘신기해요. 교수님은 수염 안 자라시나?’ 라고 말하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각진 턱선을 어루만지는 손길은 이윽고 목에 도달했고, 보드라운 입술이 볼에 닿아왔다. 그 이후에는, 그 이후에는.

 

 아.

 

 

5.

 

 약속장소는 집 근처 조용한 칵테일바였다. 정장을 차려입은 허묵은 9시에 딱 맞춰 바에 도착했다. 입구를 들어서니 바텐더가 유연에게 샴페인을 건네던 참이었다. 그녀는 허묵의 존재를 발견하고도 놀란 기색을 보이지 않았고, 허묵은 조용히 바로 다가가 그녀 바로 옆의 의자에 앉았다. 의자에 앉는 순간 허묵은 자신이 기획안을 여태까지도 못 찾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표정이 굳어졌다.

 

 “무슨 일 있어요?”

 “미안해요, 유연 씨. 집에 두고간 서류, 못 찾았네요.”

 “어떤 서류 말하는 거에요?”

 “저번에 새로운 프로젝트 자문받으러 우리 집에 왔던 그 날...”

 

 그 날, 이라는 말을 뱉는 순간 허묵의 가슴은 기억의 무게추에 눌려버렸다. 말을 뱉지 못하는 사이에 처진 기류가 둘 사이에 자리 잡았다. 보통의 그라면 아무렇지 않게도 넘어갔을텐데 왜, 도대체 왜. 이미 다 끝내버린 일인데 왜. 이제 내가 사라지면 되는건데 왜. 허묵은 다시 힘주어 말했다.

 

 “그러니까 그 날, 몇 주 전에 유연씨가 기획안을 두고 간 것 같아서요.”

 “두고 온 서류 같은 건 없어요.”

 

 유연은 태연하게 샴페인을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어나갔다.

 

 “제가 두고 간 거, 기획안 아니에요. 그 날 기획안도 챙겨서 나왔어요.”

 “그렇다면 뭘 두고 간 거죠?”

 “교수님.”

 

 자신을 호명하는 건지, 아니면 대상으로서의 자신을 일컫는지 혼란을 느끼는 사이에 유연은 말을 이어나갔다.

 

 “교수님, 이요. 아니, 교수님 뿐만 아니라 모두 다 두고 와버렸어요. 반지도, 사진도, 꽃다발도, 거기에 담긴 시간까지 전부. 그냥 곁에 두고 있으면 되는건데 굳이 그걸 내쳐버린 거에요. 내가 자초한 일이라는게 제일 힘들었어요. 그 중에 가장 후회 되는게, 교수님을 두고 온 거였어요. 문 앞에 쌓이는 술병들이, 베란다로 흘러나오는 담배냄새가 얼마나 걱정이었는지 아세요? 교수님이 망가지는 모습을 도무지, 볼 수 없었어요.”

 “미안해요, 유연씨.”

 “아니요, 잘못한건 저에요. 교수님은 항상 나에게 맞춰주니까, 그런데 나한테는 바라는게 없으니까 자격지심에 그랬던 걸지도 몰라요. 그런데 그 때문에 자기를 내팽개쳐버리면 정말 난...”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다. 허묵은 그녀를 끌어안았다. 울음 섞인 신음이 점점 고른 숨으로 진정되었다. 귓가까지 훅, 끼치는 술기운에 그는 또 다시 취할 것만 같았다. 빠르게 뛰고 있는 심장이 허묵의 심장과 공명했다. 아픔은 그제서야 가라앉았다. 어두컴컴한 바 안을 두 사람의 감정이 가득 메우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 허묵은 유연을 놓아줬다. 갑작스럽게 안아서 미안하다고 말할 새도 없이, 밤갈색 빛깔과 상아빛 색조가 조리개에 들어와 칵테일처럼 허묵 안에서 강물처럼 흘렀다. 짧고도 어색한 시간이 지나는 가운데 선홍빛 색채가 불현 듯 스며들었다. 유리알과 벨벳의 감촉이 점점 가까워졌다.

 숨결이 맞닿았다. 입술과 입술이 교차했다.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두 사람은 호수 바닥으로 점점 침잠해갔다. 유연의 입 안에서 살구향이 났다. 서로의 혀가 섞이는 가운데 유연은 허묵의 목을 껴안았고, 허묵은 유연의 허리를 껴안았다. 아무도 그들에게 욕설을 던지거나, 돌을 던질 수 없었다. 오랜 시간 만나지 못했던 연인들의 몸은 혀끝에서부터 농밀한 애무를 이어나갔다. 유연이 입술을 치고 들어오려는 순간, 작은 탄성이 그 흐름을 끊었다.

 

 “아까부터 물어보고 싶었는데, 이 반창고는 뭐에요?”

 “정말 한심하긴 한데, 면도기에 베인 상처에요.”

 

 아하하, 그게 뭐에요. 환한 웃음이 유연의 볼 끝에 번져나간다. 그런 유연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그 색을 견딜 수 없어 다시 한 번 허묵은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나의 빛, 나의 고양이, 나의 무지개. 당신이 없다면 나는, 나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을거야. - 어둠 끝에서 한 줄기 빛을 빨아들이듯, 허묵은 그녀의 숨결을 수없이 마셨다. 그가 며칠간 들이킨 술보다도 훨씬 달콤하고 진한 독주였다.

 

 

6.

 

 “면도 안 한 교수님 모습, 궁금한데.”

 “그게 궁금해요?”

 “그런 교수님도 잘생기셨을 것 같아서요.”

 

 두 사람은 소파에 나란히 앉아 허묵의 턱에 붙은 반창고를 떼고 위에 연고를 덧발랐다. 상처는 그다지 크지도 깊지도 않았지만 유연은 그래도 상처는 상처라고, 자신의 집에 허묵을 데리고 왔다. 그래도 다시 그녀와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이 허묵에게는 구원과도 같은 일이었다.

 

 “이제 됐어요. 앞으로 면도는 조심조심!”

 “당신이 이렇게 정성스럽게 보살펴주는데, 일부러라도 다쳐야 할까요?”

 “그게 무슨 소리에요. 이제 끼니도 잘 챙겨먹고 술 당분간 마시지 말고 담배도 끊어요.”

 “알겠어요. 내가 아니라, 당신을 위해서라도 해야죠.”

 

 허묵은 예의 여유롭고 약간은 능글맞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거 어쩌지, 내일 당장 이사갈 집 보러가야 하는데.”

 “설마.. 나랑 싸운 것 때문에 그런 거에요?”

 “하지만 당분간은 여기에 계속 눌러 살아야겠어요. 아니, 앞으로도 쭉.”

 

 다시금 눈길이 얽혔고, 유연의 볼에 부끄러움이 옅게 떠올랐다. 그 부끄러움마저도 온전히 색채로 담고 싶어진 허묵은 그녀를 끌어안았다. 볼에 몇 번, 코 끝에 몇 번, 이마에 몇 번 허묵의 입술이 그녀에게 닿았다가 떨어졌다. 큰 손은 자연스럽게 유연의 상의 안으로 능구렁이 마냥 들어가고 있었다. 밀착된 몸이 서로를 갈구한다는 신호가 몸 곳곳에서 와 닿았다. 키스마크는 목덜미, 쇄골, 그리고 가슴으로 이어졌다가 허벅지 사이에 생겨났다. 주조된 열꽃같은 애정의 징조와 담장을 타고넘은 사랑의 언어들이 둘 사이에 새벽까지 스며들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