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ㅅㅈ
@luvnpro
감은 눈꺼풀위에 깃털같은 감촉이 와 닿았다. 모처럼의 휴일, 달콤한 낮잠을 방해받은 유연이 잠결에 가냘프게 저리 가라는 듯 손을 허우적댔다. 듣기좋은, 청량하고 부드러운 웃음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렸다.
"다녀왔습니다, 허니칩씨-"
여전히 반쯤 잠에 든 상태에서도 자신의 목소리에 미소짓는 그녀가 있다. 이 사실이 기락의 마음을 따스하게 했다. 해외 로케를 마치면 자신의 집이 아닌 유연의 아파트로 찾아오는 것이 그에게 이렇게 자연스러워진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으음... 기락씨이- 언제 왔어요?"
기락은 눈도 뜨지 못한 채 웅얼거리는 유연의 이마에 다시 한 번 입맞추었다.
"착륙한 지 딱 두 시간 반 째에요. 너무 보고싶어서 뛰어왔어."
말하는 그에게서는 아닌 게 아니라 차가운 바깥 바람의 냄새가 났다. 유연은 자신의 뺨을 쓰다듬는 기락의 서늘한 손이 기분좋았다. 작은 양 손으로 자신의 손을 잡고 고개를 파묻는 유연을 기락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으응... 그런데 지금 몇 시에요?"
기락의 손에 얼굴을 파묻은 채, 유연이 물었다.
"두시 반이에요. 좀 더 잘래요?"
다정한 기락의 목소리에, 유연이 빼꼼 눈을 들며 말했다.
"아니, 일어날래요. 기락씨랑 놀고싶어."
유연의 말에 기락이 환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아, 다행이다! 같이 먹으려고 유연씨 좋아하는 핫케이크랑 와플이랑 사왔어요. 식기 전에 먹으면 더 맛있을거야!"
유연이 이를 닦고 나오자 식탁 위에는 버터가 올라간 핫케이크, 와플과 메이플시럽, 생크림을 곁들인 포도와 딸기가 가득 놓여있었다.
"우와... 어마어마하네요. 전부 엄청 맛있어 보여..."
"어서 앉아요. 여기 오렌지주스!"
그에게 유리잔을 받은 유연이 식탁에 앉자, 기락은 의자를 끌어당겨 그녀의 옆에 바싹 붙어 앉았다. 유연이 미처 포크를 들기도 전에, 기락이 핫케이크를 한 입 크기로 잘라 생크림을 얹어 입에 넣어주었다. 한 조각을 받아 삼키자, 그 다음에는 생크림을 찍은 딸기가, 그 다음에는 메이플 시럽을 찍은 와플이 차례차례 이어졌다. 잠자코 받아먹던 유연이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기락이 고개를 갸웃이며 그녀와 눈을 맞추었다.
"왜요?"
오렌지주스를 마시며 입 안에 남은 와플을 겨우 넘기고, 유연이 말을 이었다.
"....기락씨, 내가 먹을래요. 이러다 나 혼자 다 먹겠어! 어서 기락씨도 먹어요."
"다 먹여주고 싶었는데. 그럼 이것까지만!"
뾰루퉁한 얼굴로 기락이 생크림을 가득 찍은 딸기를 먹여주었다. 크림을 얼마나 듬뿍 찍었는지, 유연의 입가에 생크림이 묻었다. 틈을 놓치지 않고, 기락이 생크림을 핥으며 그녀의 뺨에 입맞추었다.
"...이걸 하고 싶었던 거죠?"
얼굴을 붉히며 유연이 말하자, 기락은 숨길 생각도 없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가 끝났다. 접시를 치우는 유연의 허리를 끌어안은 채, 기락은 그녀의 정수리에 입을 맞추고, 어깨에 턱을 기댔다.
"음, 기락씨. 오늘 뭔가...평소보다 더 많이 입맞추는 것 같지 않아요?"
유연이 기락에게 물었다.
"으응. 며칠 밀려서 주기락 완전 방전됐거든요... 오늘 하루종일 다시 충전해야해."
말하는 기락의 목소리가 유연의 귓가에 닿았다.
유연이 쿡쿡 웃었다.
"음, 우주대스타 주기락씨의 충전 방법은 뭔가요?"
"당신에게 입맞출 때마다 조금씩 충전되는 것 같아요."
보지 않아도 몹시 진지할 그의 표정이 보이는 것 같았다.
사랑스러운 사람, 유연은 몸을 돌려 기락을 꽈악 안아주고는 그의 양 뺨을 누르듯 입술 튀어나오게 만들어 자신의 입술을 꾸욱 눌렀다 떼고는 눈을 맞추었다.
"어때요? 충전이 좀 되는 것 같아요?"
"아직 한참 부족한데."
기락의 큰 손이 유연의 양 뺨을 부드럽게 감쌌다. 가까이 다가오는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다 유연은 눈을 감았다. 부드러운 그의 입술이 유연의 입술 가장자리에 몇 번이고 와 닿다가, 아랫입술을 부드럽게 빨아들였다. 입술을 살짝 떼고 다시 부드럽게 입맞춘 후, 이마를 대고 기락이 말했다.
"아, 이제 숨을 좀 쉴 수 있겠다... 당신과 떨어져 있으면 이제, 숨을 쉬는 방법도 잊어버리는 것 같아."
부드럽게 미소짓는 기락의 목을 유연은 가득, 가득 끌어안았다.
따뜻하고 달콤한 것으로 배를 잔뜩 불린 두 사람은 소파에 마주보고 앉아, 기락이 이번에 다녀온 북해도 촬영에 대해, 유연이 막 편집해 넘긴 다큐멘터리에 대해 이야기했다. 기락은 촬영지에서 만난 나이 많은 바텐더에 대해 이야기했고, 유연은 촬영지에서 만난 작은 고양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하며 기락은 유연의 손등에, 유연은 기락의 턱에 입을 맞추었다. 다시 그가 물방울을 닮은 그녀의 눈가에 입을 맞추었고, 유연은 그의 잘생긴 코에 입을 맞췄다. 한참 이야기를 나눈 후, 두 사람은 언제나처럼 서로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고 기락이 나온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했다. 음식을 다루는 그 프로그램의 이번 주 주제는 술이었다. 방송이 끝나갈 무렵, 기락이 불현듯 무엇인가를 떠올린 듯 말했다.
"아 맞다! 허니칩씨 주려고 선물 사왔는데."
재빠르게 방에 들어갔다 나오는 기락의 손에 원형 틴케이스가 들려있었다. 유연이 뚜껑을 열자, 그 안에는 색색의 사탕이 담겨 있었다.
"아 예쁘다, 사탕이에요?"
유연이 말하며 하나를 들어서 빛에 비추어보았다. 안쪽에 액체가 찰랑인다.
"네, 안에 들어있는 건 리큐르래요. 지난 번에 먹었던 꼬냑 초콜렛처럼."
기락은 뚜껑 안쪽의 설명을 읽기 시작했다.
"어... 맛이 여섯가지네요. 와인, 브랜디, 매화, 박하, 오렌지 리큐르, 그리고, 블루베리맛이래."
유연은 작은 캔디를 하나 입에 집어넣고, 기락의 입에도 넣어주었다. 혀 위에 올리고 조금 힘을 주어 누르자, 얇은 설탕막이 파삭, 깨지며 따뜻한 액체가 흘러나왔다. 달콤하면서도 약간 쌉쌀한 알코올 덕분에 몇 개고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단 것을 좋아하는 두 사람은 한 개씩, 한 개씩 입에 넣으며 무슨 맛인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몇 개의 사탕이 불러온 약간의 술기운을 빌려, 유연은 무릎걸음으로 기락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눈가는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살짝 벌어진 도톰한 입술 사이로 달큰한 향기가 났다.
"기락씨, 아까 그 칵테일 특집 방송에서요."
"응?"
둘 사이의 거리감이 점점 줄어들다가- 유연이기락을 마주본 상태로 그의 허벅지에 올라앉았다. 가볍게 낑낑대며 올라오는 그녀의 허리를 기락이 양 손으로 살짝 잡아 그녀가 안정적으로 앉도록 도왔다.
"거기에서- 브랜디 베이스로 한 칵테일도 나왔던 것 기억나요?"
유연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차린 기락이 입꼬리를 올리며 씨익 미소지었다.
"갑자기 칵테일은 왜요?"
"잔말말고 이야기해봐요."
쉽사리 원하는 답을 주지 않는 기락의 멱살을 쥐고 유연이 말했다.
"아하하, 이렇게 박력 넘치는 허니칩씨, 엄청 매력적인 것 알아요?"
발갛게 눈가를 물들인 유연이 말없이 자신을 노려보자, 기락이 여전히 미소지은 채 대답했다.
"어디 보자... 브랜디와 박하를 섞은 스팅어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요."
그제서야 유연이 기락의 앞섶을 잡은 손에 힘을 빼며 미소지었다.
"...또 맛보고 싶지 않아요, 기락씨?"
그녀는 기락의 답을 기다리지 않고, 그대로 허리를 펴며 고개를 숙여 기락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그늘을 만들며 기락의 뺨을 간지럽혔다. 기락은 유연의 허리를 잡은 손 중 하나를 뻗어 사탕이 들어있는 틴케이스를 끌어당겼다. 그 사이, 유연은 기락의 눈썹에, 눈꺼풀에, 광대에, 뺨에 흩뿌리듯 가벼운 입맞춤을 이어갔다. 기락은 행복한 얼굴로 유연의 입맞춤을 받으며 긴 손가락으로 브랜디가 들어있는 사탕을 집어 자신의 입에, 박하술이 들어있는 사탕을 유연의 입에 넣어주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마주보았다. 사탕을 밀어넣은 기락의 검지손가락은 유연의 입술 안 쪽, 촉촉한 부분을 부드럽게 문지른 후에 떨어졌다. 유연의 입술이, 기락의 입술이, 서로를 찾았다. 부드럽게 입술이 열리고, 두 사람의 입술 사이 어딘가에서 브랜디와 박하술이 섞여들었다. 살짝 입술을 떼고, 유연이 기락의 입 속에 속삭였다.
"이제, 조금 충전이 된 것 같아요?"
속삭이듯 대답하는 기락의 입술이 유연의 입술을 부드럽게 스쳤다. 목소리에 태양을 닮은 그의 미소가 담뿍 담겨있었다.
"이제, 하루치."
이래서야 충전 효율이 너무 떨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유연의 생각은 기락의 입술이 그녀의 턱선을 따라 목덜미로 내려가면서 점차 사그라들었다. 사랑스러운 사람을 가득 채우겠다는 의지에 찬 그 입맞춤을, 그녀는 고개를 젖히며 행복하게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