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이 불어오고,
햇볕이 내리쬐고,
꽃잎들은 흩날리고,
이 모든 만물들이 우리의…….
우리의 봄을 축하해주고 있어!
지금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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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언제나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 아마 모두가 『그것』을 반기고 있을 것이다. 마치 어린아이의 뺨처럼 부드럽고 분홍빛을 내는 『그것』은 모두의 마음을 포근하게 해준다.
벚꽃. 봄에 피고 봄이 가기 전에 전부 져버리는 아이었다.
벚꽃이 피면 사람들은 한결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 공원 등에 모여들었다. 그들은 벚나무 꽃잎들의 축복을 받으며, 웃고 떠들었다.
그리고 지금 두 사람. 아카아시케이지와 야쿠코토리도 벚꽃나무로 가고 있었다. 단둘이 나란히 손을 잡고 걸어가는 길가에도 벚꽃 잎은 춤추며 나부끼고 있었다.
분홍빛에 가까운 꽃잎들이 두 사람을 더욱 사랑스럽게 비춰주고 있었다. 오늘 하루 가장 행복할 두 사람이 이었다.
“벌써부터 두근거려요! 가족이외의 사람이랑 가는 건 처음이라서...!”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말하는 코토리의 눈은 하늘에 떠있는 해님보다 더 빛나고 있었다. 그만큼 그녀는 오늘의 봄 소풍. 벚꽃놀이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었다.
얼마나 들떠있는 걸까. 그녀는 옆에 나란히 걷고 있는 아카아시보다 한 발짝. 두 발짝. 앞으로 걸어 나가더니 이내 빙그르르 돌았다.
제 앞의 아카아시에게 활짝 웃어보이고는 손을 내밀었다. 어서 가요! 그녀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던 그는 똑같이 웃어주며 손을 잡아주었다.
“그러다 또 넘어지진 마세요.”
“오늘은! 안 넘어져요! 아마도…”
아마도…라는 단어는 이미 입에 붙어서 떨어지질 않았다. 넘어지는 것에 있어서는 확실하게 단언 할 수 없었으니까.
“이제 곧 도착해요. 넘어지지 않게 천천히 가요.”
“하지만!! 빨리 벚꽃보고 싶은데!”
“안돼요. 거기다가… 치마도 입었잖아.”
치마를 입었으니 제대로 뛸 수 없을뿐더러 치마가 올라갈 수도 있을 테니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코토리는 결국 포기하고는 걸음을 천천히 하고 걷기 시작했다.
공원에는 뭐가 있을까요?!
벚꽃나무가 있겠죠.
그러네요...! 사람들은 많을까요?
네, 아마…
아! 공원이 보여요!
“조심…!”
쿵―! 하는 소리가 평화롭기만 한 공원에 울러 펴졌다. 넘어지는 소리가 사람들이 왁자지껄 떠들고 있는 소리보다는 작았으므로 시선이 몰리거나 하진 않았다.―가까이 있던 사람들은 힐끗 보긴 했지만.―
역시 오늘도 넘어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깔끔하던 옷에 묻은 흙먼지를 탁탁 털며 코토리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분명 오늘은 넘어지지 말자! 라고 다짐했던 것 같건만 금방 이렇게 넘어져 버리다니! 만약 ‘넘어지지 않는 법.’이라는 책이 있다면 사고 싶을 정도였다.
“...괜찮…”
“괜찮아요! 저 완전 멀쩡해요!”
자신을 걱정하는 목소리보다 더 크게 소리치는 코토리는 제 손가락으로 작게 브이 자를 만들어 완전 멀쩡함! 을 강하게 어필했다.
그녀의 그런 행동에 아카아시는 잠시 가만히 있다가 그녀에게로 손을 내밀었다. 언제나 일상이었다. 그녀가 넘어지면 그가 손을 내밀어 주는 것 말이다.
넘어진 것이 조금은 창피했던 그녀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그의 손을 잡았다. 옅게 붉어진 얼굴은 그들 뒤에 있는 벚꽃을 연상 시켰다.
“자! 어서 가요!”
텐션이 올라간 코토리는 다짜고짜 아카아시의 손을 잡아끌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아카아시는 그런 코토리의 행동에 슬그머니 미소를 지으며 못이기는 척 그녀를 따라 움직였다.
바람이 간간히 불어오는 공원엔 그 많은 벚나무의 수만큼이나 꽃잎들이 많이 떨어졌다. 가끔 눈으로 묘사되곤 하는데, 정말로 눈처럼 보였다. 봄에 내리는 눈.
떨어지는 그 꽃잎들은 마치 두 사람을 축복해주는 듯 보였다. ‘두 사람의 봄을 축하해!’ 들릴 리 없는 게 당연하겠지만 벚꽃들이 속삭이는 것 같았다.
“어라...?”
“왜?”
“아니요! 그냥 아는 사람을 본 것 같은데 잘못 본 것 같기도 하고! 저희는 어서 저쪽으로 가요!”
아니…그러니까 …가 잘못하셨잖아요!
너무한 거 아닙니까~? 저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요~?
…가!! 제일 나빠요!
거리는 제법 멀리 떨어졌지만 소음 사이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유독 목소리가 크게 울린 탓도 있긴 했지만 말이다.
아카아시도 코토리가 발견한 사람들을 발견했다. 두사람 다 익숙하다면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자고 일어난 머리는 그대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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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나무 아래에선 코토리는 손을 뻗었다. 떨어지는 꽃잎을 잡으려는 모양이었다. 늘 여고생들 사이에서 떠도는 소문. ‘떨어지는 꽃잎을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대!’
손에 들어온 꽃잎을 소중하게 잡으며 소원을 비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무슨 소원을 빌었어?’따위의 진부한 질문을 하지 않는 아카아시였지만 지금은 왠지 묻고 싶어졌더라.
입 밖에 내지는 않았지만, 궁금증은 커져갔다.
“아카아시상도 소원을 빌어요!”
뒤로 돌며 코토리가 큰소리로 말했다. 아카아시는 당연히 소원을 빌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코토리가 보채는 덕에 강제로 벚나무 아래까지 가게 되었다.
제 옆에서 바라보는 눈빛에 그는 꽃잎을 잡았다. 한없이 작고 보드라운 꽃잎이었다. 무슨 소원을 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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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에 가서 앉을까요?”
“아아, 응. …아니 다른 곳으로 가자.”
“에... …그래요!”
두 사람은 벤치 쪽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옮겼다. 두 사람이 변덕을 부린 이유는 간단했다. 벤치에는 이미 행복해 보이는 두 사람이 먼저 와있었으므로.
한번 만나고 나면 이상하게 눈에 잘 들어오는 법이었다. 아는 척을 할까도 싶었지만 이런 자리에서는 굳이 할 필요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뭐랄까... 머리를 풀 고와서 그런지 한눈에 알아보지 못했어요. …저렇게 머리를 풀어볼 걸 그랬나?”
“…지금 그 모습도 충분히 좋으니까― 굳이 그런 고민을 할 필요는 없어요.”
“네?”
“아무것도 아녜요. 빨리 가.”
“...? 아, 알겠습니다!”
벚꽃과 함께하는 소풍은 이제 막 시작될 참이었다. 모두가 행복할 단 하루의 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