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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저기 봐, 카르마!”

“오, 엄청 피었네.”

 

카노는 카르마의 손을 꼭 잡은 채 저 멀리 있는 벚꽃을 가리켰다. 카르마는 카노가 가리킨 곳에 활짝 피어있는 벚꽃을 보곤 예상보다 더 활짝 피었다고 생각한 것인지 짧게 감탄사를 내보냈다. 카노는 그 꽃이 좋은 것인지 방방 뛰며 카르마와 마주잡은 손을 이끌었다. 카르마는 그런 카노에게 진정하라는 듯 천천히 가자고 말을 하며 걸음을 늦췄지만 그녀는 그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하며 더욱 앞으로, 앞으로 끌어당기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잠깐, 그렇게 서두를 필요는 없잖아?”

“빨리 안가면 자리 놓친다니까! 도시락 싸달라며!”

 

이럴 때만 씩씩해진다니까, 카르마는 카노의 손에 이끌려가며 한숨을 폭 내쉬었다. 자, 빨리 가자! 빨리! 카노는 카르마의 힘들다는 반응을 살짝 무시하고 계속 빨리 가자며 그를 끌어당기고, 또 재촉했다. 생각한 것 보다 더 사람도 많고, 복잡하고…, 이럴 줄은 알았는데 괜히 온 것 아닐까 싶은 마음에 카르마는 카노에게 그냥 다른 한산한 곳에 가서 쉬자고 말을 해볼까 했지만, 카노가 방긋방긋, 활짝 피어있는 벚꽃과 하늘하늘 떨어지는 꽃비를 보고 좋다는 듯 웃고 있는 것을 보곤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다시 입에 담곤 그녀와 다시 걷기 시작했다.

 

 

***

 

 

“카르마, 내일 시간 있으면 우리 여기 가지 않을래?”

 

카노는 자리에 앉아 있던 카르마의 눈앞으로 전단지를 딱 내밀었다. 전단지에 실린 주변 공원에 잔뜩 핀 벚꽃을 찍은 사진을 보니 옆에 있는 글자들을 보지 않아도 꽃놀이 전단일 것이 분명했다. 카르마는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카노는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분명 그래, 가자. 라는 말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 뻔했다. 여기서 싫어, 아니면 시간 없는데 라고 말한다면 하루 종일 제 옆에서 왜 싫은데? 시간 안 되면 이때 가자며 방방 거리며 하루 종일 따라다닐 모습이 눈에 선했다. 꽃놀이라, 생각해보니까 주변 공원에서 매년 봄마다 하니까 가본적은 꽤 있지만 둘이서 같이는 가본 적이 없었구나. 뭐, 가깝고, 날씨도 좋고, 무엇보다 봄이기도 하니까, 한번쯤은 같이 가서 도시락도 먹고, 천천히 걷는 것도 좋을 것 같고.

 

“그럴까, 아 그 대신에”

“응응! 대신에?”

“도시락 싸줘. 카노가 직접.”

 

그 말에 카노는 당황스럽다는 듯 카르마의 눈을 피하고 말을 조금씩 더듬기 시작했다. 카노는 꼭 점심을 도시락으로 먹을 필요는 없지 않아? 라고 말을 했지만 카르마는 도시락이 빠진 꽃놀이는 팥이 없는 팥빵과 같다며 장난스럽게 말을 했다. 그 후 당황하는 카노의 얼굴을 보며 도시락 없으면 안 갈 거니까 알아두라며 쐐기를 박았다. 카노는 당했다는 듯 하아, 한숨을 내뱉었다.

 

“알았어, 만들면 같이 가는 거지?”

“그렇지?”

“그럼 먹고 싶은 거 있어?”

“글쎄? 카노 마음대로.”

“…그게 제일 어렵거든?”

 

아는데? 카르마는 카노를 놀리려는 것인지 씨익 웃어보였다. 카노는 그런 카르마를 보고 너무하다 말을 했지만 카르마는 꽃놀이 정도는 안가도 되는 거지? 라며 카노의 말문을 막았고 카노는 카르마를 보며 한숨을 다시 한 번 내쉬었다.

 

***

 

 

“카노, 얼마나 가야하는 거야?”

“조금만 더 가면 큰 나무 있어. 저기 사이 좋아 보이는 외국인 커플이 사진 찍는 곳 보이지? 저기 아래에서 먹자.”

 

카노는 큰 벚나무 아래에 있는 커플을 가리켰다. 검정 양복을 멀끔하게 차려입은 남자, 예쁜 분홍빛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여자, 그리고 다정해 보이는 둘의 모습. 아마 카노는 처음에는 장소에만 관심이 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내 아래에 벚나무 아래에 있는 커플이 다정하게 서서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에 카노의 시선은 점점 그들을 향해 갔다. 저기 저 커플 되게 예쁘다. 그치? 글쎄? 별로 관심 없는 걸. 애초에 남이잖아? 카노의 말에 카르마는 시큰둥하게 반응을 하자 카노는 카르마에게 저 커플 앞에서는 장난이라도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며 그의 머리를 아프지 않게 톡 쳤다.

 

“아무것도 안했는데 벌써 지치네.”

“하긴, 사람들 많았으니까. 후우, 이제 돗자리 깔고 앉자.”

 

겨우 벚나무 아래로 온 둘은 돗자리를 깔고 주저앉듯 폭 앉았다. 카르마는 여기까지 오는데 힘을 거의 다 썼는지 피곤한 듯 나무 기둥에 등을 기댔다. 카노는 그런 그를 보며 작게 큭큭 소리를 내며 웃어 보였다.

 

“자, 이제 도시락 먹자!”

“오, 드디어.”

“아, 먹고 나서 맛없다고 놀리지 마. 알았지?”

“그런다고 안 놀릴 것 같아?”

“…화내도 돼?”

 

카노는 계속 들고 있던 도시락 가방을 내려놓고 도시락을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했다. 그리곤 미리 카르마가 놀릴 것을 막으려는 요령이라면 요령인지 그를 보며 있다가 놀리지 말라며 말을 했지만 그는 이미 그녀가 그렇게 말할 걸 예상하고 있던 것인지 입꼬리를 올리며 그녀를 보았다. 카노는 그런 카르마를 보며 얼굴을 구겼다. 그러자 카르마는 카노의 미간을 꾹 누르곤 장난이었다며 쿡쿡 웃었다.

 

“그래도 생각보단 잘 만들었는 걸?”

“얼마나 날 과소평가한 거야…?”

“생각 보다라고 말한 건 농담이야, 농담. 잘 먹겠습니다. 아.”

“응?”

“먹여줘. 아.”

 

카노는 카르마에게 못 이기겠다는 듯 음식을 집어 그의 입에 넣었다. 맛있어? 카르마가 입에 음식이 들어가자마자 카노는 물었다. 그녀의 물음에 카르마는 고개를 살짝 끄덕거렸고 그녀는 그제야 안심했다는 듯 잔뜩 긴장이 서려있던 표정을 풀었다.

 

바람이 살랑 불었다. 시리도록 찬바람이 아닌 기분 좋게 따뜻한 봄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자 꽃잎이 바람을 타고 떨어지다 다시 하늘하늘 흩어졌다. 두 사람은 그 꽃잎을 보며 기분 좋은 듯 웃었다. 꽃잎이 예쁘게, 하늘하늘 떨어지는 것도 좋았지만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보는 것. 그 자체가 좋아서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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